대법원, ‘블랙리스트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 “큰 틀에선 유죄, 법리 오인했다…” 소수 의견서 “악용 가능성 우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국정농단의 큰 축 중 하나인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법리판단은 더 신중해야 한다며 법리 오인, 심리 미진을 이유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다수의견은 예술위, 영진위, 출판진흥원 소속 직원들에게 지원배제를 지시한 것이 직권을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다만, 원심에서 위 세 단체와 문체부가 업무 협조등을 지속해 왔는지 여부와 그 근거, 공소사실에서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의무 없는 일’로 판단한 명단 송부 행위가 업무협조와는 어떻게 다른지를 심리했어야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직권남용죄는 1)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서 2)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블랙리스트 자체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고, 2014-15년 지원사업과 출판진흥원의 세종도서 지원사업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영진위를 압박해 <다이빙벨>을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원하지 않은 일 등은 2)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다만, 김기춘, 조윤선을 비롯한 7인의 피고인들을 공동정범으로 보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예술위, 영진위, 출판진흥원에 각각 지원사업 배제 등을 지시한 것을 포괄적으로 묶어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더불어 김기춘이 퇴임한 이후에는 공무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증명할 특별한 사실이 있어야 하며, 피고인들이 공모해 지배력을 미치는 범위를 확정했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일곱명의 피고가 세 단체의 지원사업 배제를 공모했다면 공동정범이지만,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개별적으로 움직였다면 공동정범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은 아닙니다. 죄는 있지만 법리판단이 잘못 되었다는 판단으로, 대법원은 여기에 “파기환송의 취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관한 법리오해와 그로 인한 심리미진’이며, 반드시 ‘무죄 취지 파기환송’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소수의견으로 조희대 대법관은 원심에 제출된 증거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통령비서실 직원들이 청와대 문건을 특별검사에게 제공하고, 그 증거를 원심의 증거로 제출한 것은 특별검사의 정치적 중립성, 직무상 공정성과 독립성을 침해하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무죄 취지 파기환송 의견을 냈습니다. 조 대법관은 “대통령 또는 대통령비서실 등 행정부의 행위를 허용할 경우 막강한 행정력을 이용해 정치적 보복을 위해 전임정부의 인사, 고위공직자 처벌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또한 박상옥 대법관은 “지원배제 지시가 헌법상 문화국가의 원리에 위배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였으며, 평등에 원칙에 반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취지 의견을 냈습니다. “모든 문화적 활동을 기계적으로 균등하게 지원해야 할 국가의 의무나 개인의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지원이 배제되면 국가의 기금을 지원받지 못할 뿐이지, 문화/예술행위 자체를 국가가 제한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박 대법관은 여기에 덧붙여 “사후적으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본다면 본질적으로 차별정책일 수 밖에 없는 지원사업 등 행정정책을 다루는 공무원들은 모두 직권남용으로 형사처벌 당할 위험에 놓인다”면서 “사건의 피해자는 권리 침해를 당한 세 단체의 직원이 아니라 블랙리스트로 지원 배제를 당한 문화예술가로 봐야 한다”면서 결과가 아닌 과정을 문제삼으면 직권남용죄의 처벌 범위가 사실상 무한하게 확대된다고 봤습니다. 

 

여기엔 유죄의견을 낸 안철상, 노정희 대법관도 동의하며 보충의견을 통해 “직권남용죄는 최종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기본”이라면서 “과정의 행위만 기소해 직권남용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지도록 하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이는 소수의견으로, 다수의견에서는 “이 사건에서 지원배제 지시는 예술가들의 예술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인권을 무시한 것이고, 문화예술인의 예술적 상상력과 표현의지를 위축 또는 왜곡시킬 수 있으며, 표현에 대한 사전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규정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보충의견을 내 피고 7인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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