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이 없는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면 : 플랫폼과 수수료

 


플랫폼이 모든 소비 체인의 정점에 올라서는 시대가 왔다. 우리는 삶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플랫폼을 거치게 된다. 쿠팡에서 물건을 사고, 네이버웹툰의 작품을 감상하고,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본다. 이렇게 삶의 깊은 곳까지 침투한 플랫폼은 구독료와 수수료를 받아간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승부하는 플랫폼은, 압도적으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플랫폼들 역시 분야를 불문하고 섞이는 경향을 보여준다. 물류 전문 플랫폼인 쿠팡이 OTT 서비스를 준비하고, 포털에서 여러가지 부문을 키운 네이버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 서비스와 쇼핑을 엮을 수 있는 미디어 커머스를 고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 드래곤 역시 미디어 커머스를 준비중이다. 자연스럽게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또 이미 존재했던 플랫폼들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먼저 수수료를 중심으로 건조하게 업계의 상황을 진단해보고자 한다.

 

* 웹툰과 웹소설, 플랫폼의 수수료 vs 타업계 수수료

웹툰과 웹소설 분야에서 플랫폼의 수수료가 과하다는 문제제기는 꽤 오래된 이야기다. 플랫폼이 ‘통행세’를 명목으로 과도한 수수료를 떼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통상 세금 등의 비용을 제외한 작가와 플랫폼의 분배 비율은 5:5 정도다. 50%라고 하면 지나치게 과도한 수수료로 보인다. 그 플랫폼에 사람들을 모을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작가라고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수수료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계산에선 플랫폼의 규모가 빠져 있다. 플랫폼의 규모는 그 자체로 큰 강점이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어도 플랫폼에 태우지 못하면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 더군다나 그 큰 규모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일이다. 일 방문자 수백만, 월 방문자 수천만을 유지하는 거대 플랫폼의 유지비는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작품이 팔리는 이유 중엔 단순히 작품의 재미만이 아니라, 대중적 접점을 얼마나 넓게 가져갔는지도 중요하다.  작품을 선정하고 서포트하는 PD는 물론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개발자 등의 인력부터 최근에 늘어나기 시작한 홍보 마케터, 데이터 분석가, 신사업 개발을 위한 TF, 등의 인력들이 필요하다.

플랫폼의 규모가 작으면 높은 원고료(또는 MG)를 우선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플랫폼의 규모가 크면 더 많은 작품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입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플랫폼의 수수료는 일단은 납득이 가는 측면이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문제는 플랫폼이 작가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점은 별개의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

 

 

그런데, 플랫폼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봐도 마찬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창작자 몫을 50%나 인정하는 업계가 없다”고 말한다. 여기서 ‘50%’는 조금 뒤에 살펴보기로 하고, 먼저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출판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저자 인세 평균 10%를 제공한다. 면세사업자이기 때문에 부가가치세가 붙지 않고, 카드 수수료 등이 5% 내외로 발생한다. 영화의 경우는 조금 복잡한데, 부가가치세 10%, 영화발전기금 3%등을 제외한 돈을 투자사(배급사)와 극장이 6:4 비율로 나누고, 그 중 통상 10% 정도를 배급사가 가져간다. 그리고 남은 돈을 6:4로 투자사와 제작사가 나눠 갖는다. 결국 극장과 배급사, 투자사의 몫을 다 떼고 제작사에게 떨어지는 돈은 대략 15% 내외다.

실제로 지난해 흥행수익 1,380억원으로 ‘대박’을 친 영화 <극한직업>의 제작사는 흥행수익의 14.4% 정도인 200억원가량을 벌어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영화는 각자의 역할이 세분화되어 있고, 출판시장 역시 인쇄와 물류, 판매 등의 역할이 나뉘어져 있다. 하지만 웹툰과 웹소설 플랫폼에서는 거의 모든 역할이 플랫폼 하나로 통합되어 있는 양상을 띈다. 제작투자의 경우 최근에야 전문 제작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배급과 유통을 플랫폼이 주로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만들어낸다. 단순히 ‘플랫폼이 너무 많은 수수료를 챙긴다’고 하기엔, 플랫폼에 올라타 작품을 하고자 하는 이상 플랫폼의 일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 티켓 하나에 만원 vs 코인 하나에 백원: 수수료보다 객단가

결국 이 문제를 논의하려면, 시장의 구조를 파악하고 전체를 뜯어보는 수밖에 없다. 단순히 백분율로만 따지면 플랫폼도, 작가도 할 말이 있다. 하지만 이걸 숫자로 구체화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웹툰을 감상할 수 있는 코인 한 개의 가격은 통상 100원 안팎이다. 단순히 절반이라고 계산하면 50원이다. 보통 코인 2개라고 치면 한편에 작가에게 떨어지는 돈은 아무것도 제하지 않았을 때 100원인 셈이다. 

웹툰 원작의 단행본 가격은 대략 12,000원, 흑백 만화 단행본 가격은 5,000원 선으로 봤을 때 10%를 인세라고 치면 각각 1,200원, 500원이 나온다. 영화는 15%라고 가정하고, 티켓을 1만원으로 대충 계산해도 1,500원이 나온다. 그렇다면 객단가가 문제인가? 물론, 한국 웹툰이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객단가가 너무 낮다는 지적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때문에 플랫폼들은 편당 코인 갯수를 높이는 등 객단가를 조금씩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스튜디오 체제 중심의 작품들에서 이런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객단가만의 문제는 아니다. 웹툰, 나아가 만화는 원래 박리다매로 더 많은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이 목표인 매체다. 그리고 웹툰은 무엇보다 그것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낸 매체다. 네이버웹툰을 기준으로 1일 방문자는 거의 1천만명에 육박한다. 2020년 6월, 카카오페이지의 1인당 월간 사용시간은 넷플릭스보다 길었다. 같은 양을 판매한다면 단행본이 가장 큰 돈을 벌겠지만, 1쇄도 제대로 털지 못하는 국내 도서 시장을 생각해봤을 때 도서는 선택지가 아니다. 영화는 원작이 될 순 있어도 영화관에서 웹툰 자체를 보여줄 수는 없다. 결국 가장 확실한 시각매체 판매처는 웹툰 플랫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웹툰 가격은 너무 싸다. 북미나 일본 지역에서 1편당 가격을 계산하면 대략 500원 정도다. 이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가격을 조정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이런 요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 하나에 백원, 그마저도: 슈퍼갑 애플과 구글

 

 

앞서 코인 하나를 플랫폼과 나누면 50원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50원이 아니다. 세금과 ‘수수료 등 각종 비용’을 제외하고 작가와 5:5로 나누기 때문이다. 여기서 ‘수수료 등 각종 비용’의 대부분은 모바일 결제시 구글과 애플에 내야 하는 수수료다. 진짜 ‘통행세’가 여기에 있다. 잘 보이지 않고, 피부로 느껴지지 않기에 문제제기가 잘 보이지 않지만, 이들은 시장의 문지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하지 않으면 앱 설치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앱스토어가 아니면 인앱 결제 역시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애플은 애플 기기에서 서비스되는 업체들의 운영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구글은 플레이스토어가 아니라도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사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게임의 경우엔 인앱결제가 의무화되어 있고, 최근 이 인앱결제를 모든 콘텐츠와 서비스로 의무화하겠다고 나서 물의를 빚고 있다. 구글과 애플이 결제를 통해 받아가는 수수료는 매출의 30%다. 순이익도 아니고 매출의 30%. iOS 기기를 쓰는 사람의 코인이 별도로 분리되어 있고, 가격도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웹툰은 아직까지 우회 결제(네이버페이 등)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매출에서 원작자/제작자 분배비율

매출에서 세금등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

 웹툰

32.5% 

35%

 영화

15% 

13% 

 도서

10% 

5% 

 

정리하면 이렇다. 코인 하나를 사면 그 중 30%가 일단 앱스토어의 수수료로 빠진다. 여기에 카드 결제 수수료, 세금 등을 합쳐 5% 내외가 추가로 붙는다. 현재 웹툰은 전자출판물로 분류되어 부가가치세 10%를 면제받고 있다. 여기까지 왔더니? 짜잔, 100원짜리 코인이 작가와 나눌 수 있는 비용은 65원으로 줄었다. 이걸 작가와 나누면 32.5원이 된다. 결과적으로 전체 매출액을 나누면 34:33:33인 셈이다. 코인 두개짜리 작품을 사면 작가는 작품 하나당 65원을 받는다. 애플과 구글은 말 그대로 기기를 통해 다운로드 받고 서비스를 제공할 권리를 주는 대가로 30%의 세금을 받는 셈이다. 심지어 그 기기도 애플은 직접 팔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금 구조대로라면 객단가를 올리더라도 애플과 구글이 더 득을 보는 결과가 나온다. 코인 가격 상승으로 인한 반발과 지탄은 플랫폼과 작가가 뒤집어쓰지만, 구글과 애플은 아무런 영향이 없다. 결국 플랫폼 입장에선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게 차라리 나은 상황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는데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애플과 구글이 받아가는 수수료가 이 모든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다.

 

우리는 어떤 답을 내려야 할까? 구글과 애플이 수수료를 내릴 가능성은 있을까? 구글과 애플에 수수료 인하 요구가 계속되자 애플은 연간 앱스토어 매출액 100만달러(한화 약 12억원)이하를 벌어들이는 영세 업체와 개발자들에게 수수료를 15%로 깎아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보다 앞선 2018년에는 1년 이상 정기구독자의 수수료는 15%로 낮췄다. 이것만 보면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웹툰 플랫폼은 애초에 이 두가지 모두에 해당되기 어렵다. 웹툰 플랫폼은 작가와 직계약하거나 작품 단위로 계약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동안 독점적 권리를 가져가거나, 아예 높은 금액을 주고 권리를 모두 구매하는 매절 계약을 위주로 하는 넷플릭스처럼 구독 서비스를 시행하기 매우 어렵다. 또, 주요 웹툰 플랫폼 10개사 중 10억원 이하의 매출을 내는 플랫폼은 없다.

문제는 구글과 애플을 제외하면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원스토어가 대안이라고 잠시 홍보하긴 했지만, 원스토어의 구성원인 통신 3사(SKT, KT, LGU+)는 구글이 받는 수수료 30% 중 절반을 ‘결제대행’ 명목으로 받아 챙기고 있었다. 우리는 곧 플랫폼 시장의 가장 큰 문제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독점적 지위를 차지한 압도적 퍼포먼스의 플랫폼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시장 말이다. 완전히 닫힌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은 아예 대안 자체가 없다. 결국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공통된 목소리로 요구해야 한다. 모바일 생태계라는 거대한 시장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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