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CEO, 김준구 대표, 왓패드 창업자의 대담을 뜯어보았다.

 

 

 

네이버 한성숙 CEO, 네이버웹툰 김준구 CEO, 왓패드 알렌 라우(Allen Lau) CEO 겸 창업자는 지난 21일(한국시간) 북미 테크 컨퍼런스 ‘콜리전 컨퍼런스(Collision Conference)’에서 ‘새로운 창작자 세대의 강화(Empowering the new generation of creators)’를 주제로 대담을 나눴습니다. 진행은 NBC 저널리스트 제이콥 와드(Jacob Ward)가 맡았습니다. 이번 대담은 ‘콜리전 컨퍼런스’ 측이 왓패드 인수로 글로벌 No 1. 웹툰 플랫폼과 웹소설 플랫폼을 갖춘 네이버에 관련 세션을 제안하며 이뤄졌습니다.

 

네이버는 이걸 정리해 보도자료로 배포했습니다. 웹툰인사이트에서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더 들여다볼 것이 없는지 살펴봤습니다.

 

* “‘다양성’은 가장 중요한 가치”에 입 모아

 

한성숙 네이버 CEO는 대담 서두에 검색을 시작으로 커머스, 핀테크, 클라우드 등은 물론 스노우나 제페토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들도 자체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 네이버의 방향성에 대해 소개하며, 네이버가 글로벌 산업의 하나로 성장시킨 사례로 웹툰을 언급했습니다. 

 

이어 스토리텔링 플랫폼의 특징과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 한 CEO는 웹툰과 웹소설 등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의 특징으로 기술과 다양성을 꼽았습니다. 한성숙 CEO는 “네이버웹툰과 왓패드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토리텔링 창작자와 사용자가 모이는 플랫폼”이라면서, “이들 플랫폼에는 소수의 베스트셀러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다양한 나라의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준구 CEO는 더 많은 개인들이 자신의 생각을 작품으로 선보일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네이버웹툰이 지적받고 있는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김 CEO는 “스토리텔링 콘텐츠의 핵심은 다양성에 있다”면서, “앞으로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이미지형의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AI 기술 등을 기반으로 한 오토드로잉(Auto Drawing) 등 다양한 제작 도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렇게 창작의 허들을 낮춤으로써 작품의 다양성은 더욱 커질 것이며, 다양한 작품 속에서 보석같은 슈퍼 IP를 찾아 선보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김준구 대표의 말은, 현재 한국 네이버웹툰에 지적되고 있는 ‘장르 다양성 부재’, ‘큐레이션 부족’등에 대한 자성을 담고 있는지 궁금하게 합니다. 한국에서 네이버웹툰은 상업 웹툰 플랫폼으로써의 정체성을 점차 강화하며 ‘블록버스터’라고 불릴만한 작품은 물론, 점차 웹소설 원작과 스튜디오 작품의 숫자를 늘려가고 있는 것과도 상반되는 것처럼 들립니다.

 

* 네이버웹툰이 보고 있는 ‘시장’의 의미

 

작품의 다양성이 증가하는 만큼, 좋은 작품을 발굴하고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기술도 중요한건 당연한 이야깁니다. 김준구 대표는 “네이버웹툰은 아마추어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과 이들이 프로로 성장할 수 있는 영역을 모두 가지고 있어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서, “수많은 아마추어 작품이 프로 콘텐츠로 진화하고 많은 구독자와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서비스에 콘텐츠 추천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몇년째 줄세우기로 같은 화면을 보고 있는 독자들에겐 의아한 말입니다. 바로 여기서 네이버웹툰이 말하는 ‘시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화면부터 개인화 화면을 제공하는 북미 네이버웹툰 앱 메인화면(좌)와 익숙한 순위 줄세우기를 보여주는 한국(우)

 

먼저 기술 적용의 온도차는 북미 네이버웹툰 앱과 한국 네이버웹툰 앱을 비교하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네이버웹툰의 북미 앱을 열면 바로 ‘FOR YOU’가 가장 메인에서 만나는 페이지로 설정되어 있고, 거기엔 내가 본 작품을 기반으로 추천하는 개인 추천 작품들이 나옵니다. 반면 한국에선 순위 기반의, 아주 익숙한 화면만 등장합니다.

 

김준구 대표가 말한 아마추어가 활동하며 프로로 성장할 수 있는 영역은 이제 한국에 아주 좁은 형태로만 지엽적으로 남아있습니다. 산업화가 활발하게 진행중인 상황에서, 작가들은 스튜디오와 도전을 선택해야 하는데 공모전 역시 기성 작가에게도 열려 있다는 점이 신인작가들에게 가하는 압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물론, ‘최강자전’등으로 그걸 유지하고 있는 것 역시 네이버웹툰이라는 점을 부정할 순 없겠습니다만.

 

다만 김준구 대표가 말한 ‘기술의 적용’이 왜 한국 시장에는 적용이 늦는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미 수년 전 부터, 지금의 스튜디오 체제가 들어서기 전부터 큐레이션의 중요성을 수도 없이 이야기한 업계 관계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한국에선 적용되지 않는 걸까요? 네이버웹툰이 바라보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은 이런 형태의 조각을 맞추는 역할을 하기 때문일까요?

 

* 왓패드와의 시너지도 키워드는 ‘글로벌’, ‘다양성’

 

알렌 라우 CEO는 “왓패드에 올라온 수많은 작품수를 생각한다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사이트를 얻고 콘텐츠 가치를 높이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라면서 “왓패드에 올라오는 수많은 작품들은 영화, TV 드라마 등으로 제작되었으며, 올해도 9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왓패드에는 500만 명의 창작자가 10억 건 이상의 작품을 게재했습니다.

 

네이버의 왓패드 인수는 글로벌 웹툰 시장의 1위인 네이버웹툰과 웹소설 1위인 왓패드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양사의 시너지에도 관심이 모입니다. 이 자리에서는 네이버웹툰과 왓패드의 시너지와 성공 가능성도 언급됐습니다.

 

알렌 라우 CEO는 “왓패드(9천만 명)와 네이버웹툰(7200만 명)에는 매달 1억 6천만 명의 사용자가 있으며, 이 두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의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움직임들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TV쇼나 영화로 만들기 위해 원천 콘텐츠를 찾을 때, 원작 콘텐츠에 검증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소수가 아니라 전세계의 사용자들이 검증한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한 2차 저작물들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다양성’, ‘검증된 콘텐츠’라는 키워드가 네이버, 네이버웹툰, 왓패드가 공유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것을 반복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한국 시장은 더이상 핵심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일부로 해석하는 객관화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왜 이렇게 ‘글로벌’, ‘다양성’을 강조하는지는 이용자 구성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네이버웹툰의 미국 사용자 중 69%, 왓패드 사용자의 80%가 Z세대일 정도로, 젊은 세대의 관심이 높아 웹툰과 웹소설의 잠재력은 더욱 큽니다. 이들 세대는 다양성과 글로벌이라는 개념에 아주 익숙하고, 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대기도 합니다. 한성숙 CEO는 “글로벌 Z세대들은 웹툰과 왓패드처럼 디지털 기반으로 새롭게 나타난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 IP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비즈니스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당연한 수순입니다. 

 

이번 네이버, 네이버웹툰, 왓패드의 ?대담에서는 네이버와 네이버웹툰이 핵심적으로 여기는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이 진출’하는 형태가 아니라 ‘웹툰’이 진출한다는, 따라서 웹툰이 없는 곳을 테라포밍하는 방식으로 해외 진출 전략을 세운 네이버에겐 어쩌면 당연한 키워드일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한국과 글로벌 플랫폼의 기술적 격차와 소외는 어떻게 해결할지, 이미 수년 전 부터 요구하고 있던 한국 소비자들에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남긴 대담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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